[하현옥의 시선] “내 퇴직연금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2026.01.19)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평생 일한 대가로 적립한 개인의 사적 재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금화는 개인의 운용 권한을 제한하고, 운용 실패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중략)… 절대로 개인의 자산을 국가가 관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도 못 받을 수 있어서 걱정하는 2030들한테 퇴직연금까지 국가에서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이런 내용의 ‘퇴직연금 기금화 추진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기금화 추진 중단과 근로자 동의 없는 일괄 기금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무엇보다 퇴직연금 기금화는 ‘국민연금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퇴직연금이 환율 방어와 증시 부양을 위해 정부가 쌈짓돈처럼 쓰고 있는 국민연금의 또 다른 버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기금화 반대 청원에서 청원인은 “퇴직연금 운용을 하나의 기금으로 집중시키는 것은 정치적·정책적 개입 위험을 높이고, 한 번의 판단 오류가 수많은 국민의 노후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스피 5000시대를 천명하는 정부는 국민연금에 지원군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 검토를 지시했다. 외환 당국은 지난 연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환율을 끌어내렸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근 환율이 다시 급등하며 국민연금은 헛돈만 태운 셈이 됐다. 청원인이 지적한 대로다.

(중략)

퇴직연금 기금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은 각종 의심을 부추긴다.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는 국민연금이 연금 지급을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할 때 쏟아질 매물 폭탄을 받아낼 안전장치가 퇴직연금 기금화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431조7000억원인 퇴직연금 적립금은 2040년에는 117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자본시장연구원)된다. 심지어 늘어나는 적자 국채 발행을 메우려 기금화를 통해 퇴직연금을 채권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란 시각까지 있을 정도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497435?sid=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