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정부가 증시 부양과 환율 방어에 연기금을 총동원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 대통령은 “국내 연기금은 왜 국내주식은 적게 사고, 외국주식만 잔뜩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연금은 올해 첫 기금운용위원회를 한 달 이상 앞당겨 열고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0.5%포인트 올렸다.
기획예산처도 67개 연기금의 여유자금 1400조원 중 현재 3.7% 수준인 코스닥 투자 규모를 5%까지 늘렸다. 연기금을 정부의 쌈짓돈처럼 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국내 투자 비중을 늘리면 정치적 압력 탓에 다시 줄이기 어렵다. 주가가 폭락이라도 하면 그땐 어쩔 건가.
국민연금에 ‘환율 소방수’ 역할을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는 건 선을 넘는 것이다.
국민연금 운영 지침에도 “해외투자 및 외화 단기자금에 의한 외환 익스포저(노출)는 헤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에 동원돼 중요한 투자 기회를 놓치거나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는 걸 원하는 국민이 있을까.
연금 둑에 하나씩 구멍이 뚫리면 나중에 둑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중략)
연금 선진국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전 세계 연기금 중 수익률 1위인 캐나다연금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투자 전문가들에게 운용을 맡기고 있다. ‘수익 극대화’를 법 조문에 명시했다.
2400조원의 거대 자산을 보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제1 원칙은 ‘국외에서만 운용’이다.
자국 시장에는 단 1원도 투자하지 않는다.
일본 공적연금도 “주식시장 부양이나 정부 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못 박았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