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금제도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3층 체계이다. 기초와 국민연금도 문제는 있다.
하지만 제일 심각한 것, 그래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뜯어고쳐야 할 것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이름이 무색하게 연금 기능을 전혀 못한다는 점이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수급자는 매달 일정액을 죽을 때까지 받는다. 이게 ‘연금(年金)’의 정의다.
그러나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는 사람은 없다. 수급자의 90%는 일시금으로 받는다. 나머지 10%는 10년 분할로 받는다. 10년 분할이 일시금보다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도 월급처럼 매달 수입을 얻게 하자는 것이 퇴직연금의 목적이다. 이를 전혀 이루지 못하는데도 퇴직연금이라는 명칭을 버젓이 고수하는 정책당국의 대범함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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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매년 막대한 금액을 보전해주는 공무원연금과 보험료 및 운용수익만으로 굴러가는 퇴직연금은 처지가 다르다.
우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해외 퇴직연금만큼 된다면 연금 수급액은 현행보다 월등히 커서 일시금보다 훨씬 이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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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막힌 것은 퇴직연금 급여액을 높이는 데 추가로 드는 돈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운용을 가입자에게 떠넘기는 대신 기금을 조성해서 전문가가 운용하게 하면 된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강제 가입이다.
그런데 왜 국민연금은 기금으로 운용하면서 퇴직연금만 개인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가. 퇴직연금을 강제 가입하게 하면서 가입자에게 전적으로 운용을 떠넘기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는 찾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