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 논설위원이 간다] 2095년 연금 부채 1820조, 자동조정장치 서둘러야

70년간 연금 부담액 6358조

겉으로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의 지급보장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속사정은 훨씬 복잡하다. 법으로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건 장래에 예상되는 대규모 연금 적자를 국가가 법적으로 책임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결국 부족한 돈은 정부가 세금을 대폭 올리거나 적자 국채를 찍어서 메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적자 국채 발행이 늘어나는 만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높아진다. 국가채무 비율의 급격한 상승은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외환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제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64년을 고비로 한 푼도 남지 않고 고갈될 전망이다. 

1999년생이 나중에 65세가 돼서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할 시점이다. 그 후에는 국민연금 기금에서 매년 200조원 이상 ‘구멍’이 생길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예상했다.

현역 세대가 내는 연금 보험료(수입)만으로는 은퇴 세대의 연금 지급(지출)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만일 부족한 금액을 모두 적자 국채 발행으로 메운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매년 6%포인트씩 높아진다.

앞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 부담액은 얼마나 될까. 전문용어로는 ‘연금충당부채’라고 한다.

예산정책처 보고서(‘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의 재정 및 정책효과 분석’)를 보면 향후 70년간 지급할 연금액을 모두 더한 국민연금 충당부채는 6358조원이다. 미래에 연금 가입자에게 줘야 할 돈을 2024년 말 기준 화폐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국가채무 비율 300% 넘을 수도”

다만 연금충당부채 전액을 온전히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건 아니다. 충분하진 않지만 연금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 수입과 여유자금을 굴려서 얻는 수익(기금운용 수익)도 있다.

이렇게 수입과 지출을 모두 따진 뒤 최종적으로 부족한 금액은 전문용어로 ‘미적립 부채’라고 한다. 예산정책처가 추산한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는 1820조원에 이른다. 향후 70년간 발생할 국민연금 지출에서 보험료 수입과 기금운용 수익을 뺀 금액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는 지난해 11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민간 자문위원 회의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A 위원은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를 포함한 국가채무 비율을 추산하면 2095년 기준 GDP 대비 300%가 넘는다”며 “이건 지속 불가능한 제도이고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적립 부채는 세계은행이 1994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공적연금이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점을 지적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B 위원은 “(미적립 부채는) 가정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개념상 문제가 있다”며 “굉장히 논란이 되는 개념이고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앞으로 인구나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사회적 변수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미적립 부채의 규모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자 C 위원은 “미적립 부채라는 개념 자체가 보험수리적 불균형이 발생한 것을 얘기한다”며 “기본적으로 보험수리적 불균형이 발생하면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정치권·언론·학계가 모두 다루는 논제”라고 반박했다.

노무현도 경고했던 연금 잠재부채
미래에 막대한 연금부채가 발생할 것이란 경고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다. 그때는 미적립 부채가 아닌 ‘잠재부채’라는 용어를 썼다.

노 대통령은 2007년 6월 특별담화를 통해 “국민연금만 해도 잠재부채가 하루 800억원씩 쌓여 연간 30조원에 이르게 된다”며 “우리 자녀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남을 이 법(국민연금법)을 갖고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연금개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던 야당(한나라당)을 상대로 법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