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처럼 거세게 비판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의 한국 연금개혁 논의가 절망스러워서였다.
2003년 국민연금재정계산에서 보험료를 19.85%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대다수 연금 전문가와 야당은 OECD가 권고한 기초연금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며, 연금개혁을 막았다.
필자 외 극히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한국의 연금 전문가와 야당이 OECD 권고안을 수용하라면서 했던 말이다. “시급한 건 국민연금 재정안정이 아닌 조세 방식 기초연금 도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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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행사에 대만 정부 장관 3∼4명이 참석했다. 필자 영어특강을 국립 중정대학 여건덕(Jen-Der Lue) 교수가 중국어로 순차 통역했다. 그 교수가 필자를 이번 포럼의 좌장으로 초청한 대만 보건복지부 차관이다.
당시 필자 강의에 대한 대만 복지부 공무원의 질문이다. “한국 정부는 그토록 이상한 제도를 왜 도입하려 하나? 이해하기 어렵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내용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날수록 기초연금액을 삭감하는 부분이었다.
”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광범위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늘어날수록 기초연금액을 최대 50%까지 삭감한다는 내용이, 중간소득 이하 취약계층 국민연금 가입유인을 현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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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당시 기초연금 대선 공약을 지키라는 야당 압박이 거셌다. 장기 소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다 보니 이런 꼼수를 낸 것이다. 꼼수를 동원해 어려움을 벗어나면서, 명분도 챙기기 위해 흔히 써 왔던 수법이다.
지난 5월에 극적으로 통과되지 않았던 국민연금 개편안 역시 똑같은 방식이었다. 국민과 언론에는 개혁안이라 했으나, 미래 세대 부담을 더 늘린다는 측면에서 연금연구회가 ‘개악안’이라 했던 바로 그 방안 말이다.
그렇게 반대를 했었음에도 장관까지 바꿔가며 기초연금 도입을 관철시켰던 그 전문가들이 이번 공론화 위원회를 주도했다. 그러니 개악안이 개혁안으로 탈바꿈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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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만대 병원의 미션과 핵심가치는 ‘사회적 책임을 지킨다(Uphold social responsibilities)’와 ‘정직하고 정당한 책임(Honest and due responsibility)’이다.
국립대만대 병원 신주 분원 옆 ‘신주 생물의학 과학공원(Hsinchu Biomedical Science Park)’으로 표시된 큰 건물에 눈길이 자주 갔다.
“우리의 우수 인력 상당수를 흡수한 의료계, 의료 관련 산업에서조차도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우린 도대체 무엇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기가 넘쳐 보이는 신주에서 타이베이로 오는 고속도로를 꽉 메운 차를 보면서 느꼈던 심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