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연구회는 다음 두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임을 밝힙니다.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가 기금소진 시점을 늦추었다는 내용입니다. 70년의 초장기 시계 관점에서 기금 수익률 제고의 기금소진 시점 연장 여부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고 투입 문제 역시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입니다. 국고 투입 찬성 여부를 떠나서 만약 국고가 투입된다면, 앞서 올려진 이경우 교수의 매경 [이코노미스트] 칼럼 내용처럼 모든 세대 가입자들의 수익비를 동일하게 하는 그런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586세대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식의 국고 투입이 되어서는 않된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의 높은 수익률 덕분에 기금고갈 시점이 상당히 늦춰졌다. 원래는 2060년대 중반이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때쯤이면 슈퍼 울트라 초고령 사회라서, 기금고갈 이후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이 30%까지 높아져야 하는데 이건 가입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소진 이전인 2040년대 후반부터 기금이 빠르게 감소하는데, 그러면 큰손의 퇴장으로 국내주식과 채권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연금재정 전문가들은 작년의 모수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니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해 국고 투입 등의 추가 조치를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는 신구 연금을 분리하자는 KDI안이 그랬고 다수 여권 인사들이 지지한 ‘3115안’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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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을 청년 공공주택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공공주택 확대 자체는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 정책목표가 되어야지 기금운용 목표로는 적절하지 않다.
국민연금 초창기에는 적립금 절반 정도를 정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자금으로 배정했다. 낮은 수익률과 불투명한 관리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왜 국민의 노후 자금을 정부가 맘대로 가져다 쓰냐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폐지되었다.
향후 공공주택에 투자하더라도 규모는 전체 적립금 중 작은 부분이 될 것이다. 투명하게 관리될 것이고 일정한 수익률도 보장할 것이다.
사적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공공성도 중요하다. 그러니 공공주택 투자를 고려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결정은 이사장의 의지나 정부의 요구가 아닌, 투명하게 이뤄지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환율 방어나 국내외 주식 비중 조정도 마찬가지다.
기금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는 기금운용위원회라는 데서 결정한다. 전문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함이다.
그런데 위원의 다수는 정부 부처 혹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기관 소속이라 사실상 정부 입김을 벗어나기 어렵다. 위원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하더라도 전문성에 따른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면 취지를 살린 게 아니다.
이런 식의 의사결정이 반복되면,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결국에는 기금운용이 왜곡되며 수익률은 낮아진다.
기금운용에서 정부 정책 방향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기금운용위원회에 의사결정을 맡긴 취지에는 충실해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가 무엇을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주요 안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과 토론을 활성화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
적립금 1500조원 시대에 걸맞은 기금운용이 갖춰야 할 기본 장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