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대박’이면 된거 아니냐고?…독립성·전문성은 갈 길 먼 국민연금 [이은아칼럼] (2026.02.05)

2014년 연기금 운용의 모범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네덜란드 공무원 연금(ABP)를 방문했다. ABP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금운용을 위해 자회사 APG(All Pension Group)를 설립하고, 기금운용업무를 APG로 이전한 상태였다. 

ABP는 아웃소싱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APG에 기금운용을 위탁하고 있었는데, ABP의 감독과 행정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자산운용에만 전념하는 APG를 국민연금이 참고할 것을 안하는 기사를 썼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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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 비중이 50%를 넘을 정도로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하고 있었다. 주식투자·대체투자·해외투자, 즉 위험자산 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당연해 보였다.

또 한 가지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것은 국민연금 기금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독립성·전문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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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용자 대표 3명, 근로자 대표 3명, 지역 가입자 대표 6명, 관계 전문가 2명 등 분야별로 골고루 자리를 나눠주다 보니, 총 21명의 위원 가운데 자산운용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기금운용위원회가 투자정책 방향, 전략적 자산배분, 위탁운용 비중 등을 결정하는 기구인데도 말이다.

기금이 보유한 주식의 주주권행사, 책임투자 관련 사항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기금위 산하에 설치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역시 기업 지배구조나 투자 전문가 비중이 작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수익률이 높아졌으니 지배구조도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단기간의 수익률이 모든 단점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초장기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만큼 정치적 외풍을 막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지속가능성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첫 회의를 갖고 올해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38.9%에서 37.2%로 줄이고,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4%에서 14.9%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국내채권 비중을 높이고, 외화채권도 발행하기로 했다. 기획예산처도 140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의 벤처·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금운용평가 지침을 변경했다.

원화 가치 하락 방어와 국내 증시 띄우기에 국민연금이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에 나온 결정이라 예사롭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세부적인 논의 과정을 4년간 비공개한다는 결정이 함께 내려진 것도 공교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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