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종료 이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거대기금 쌓아봐야 결국 적립된 자산을 매도하는 시점에서의 대규모 매도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을 이유로 들면서 거대기금 무용론을 펼쳤던 집단들이 바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의 주축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기금 운용만 잘하면 21세기 동안에는 기금 고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집단 구성원들 중에서는, 워낙 극과 극을 오가는 주장들을 펼쳐오고 있다보니 과거 이들의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필요성 관련 지상 논쟁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13년 11월 중앙일보 지상논쟁 중, 당시 주은선 교수 주장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수록하는 이유다.)
주은선 경기대사회복지학과 교수
국민연금에 대한 대단한 착각이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해 있고, 연금보험료를 인상해 기금 규모를 늘리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은 국민연금 재정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사회적 지속성이다.
왜, 어떤 의미에서 연금재정 안정에 기금이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인가.
국민연금은 각자 보험료를 쌓아 투자수익에 따라 급여를 받는 개인연금이 아니다. 세대 간 연대에 기반한 공적 사회보장제도다. 즉, 앞 세대가 쌓은 경제적 기반 위에서, 더 나은 생산력 성과를 누리는 뒤 세대가 앞 세대를 집단적으로 부양하는 제도다.
공적연금제도는 근로세대가 내는 연금보험료를 부모세대 노후보장에 투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규모로 연·기금을 쌓아놓는 예외적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연·기금이 보유한 주식, 채권, 부동산 자산을 팔아 연금급여를 조달하는 원천은 결국 그 사회에서 창출되는 부, 즉 근로세대다.
문제는 고령화 국면에서의 연·기금 자산 대량매각은 자산가치 하락을 가져오며, 자산가치는 뒤 세대의 실질구매력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40년대에 화폐가치로 32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쌓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만큼의 실질가치를 유지할지는 불분명하다.
연금기금을 무조건 많이 쌓는 것이 연금재정의 장기적 안정성을 담보하는 방법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