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0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에 코스닥 투자를 늘리라는 지침을 제시했다. ‘코스피 5000’을 달성한 정부ㆍ여당은 ‘코스닥 3000’을 다음 목표로 내걸고 있는데, 연기금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연기금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정부 정책을 얼마나 잘 따랐는지도 보기로 했다.
기획예산처는 29일 기금자산운용정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기금 자산운용 기본방향’과 ‘2026 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중략)
기본방향에 따르면 연기금은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 29일 정부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벤처투자 활성화, 국민성장펀드, 코스닥 시장 신뢰 제고 방안 등이 꼽힌다. 특히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략)
연기금 평가지침도 바꾸기로 했다. 대형ㆍ중소형 기금의 국내주식형 평가 기준수익률(벤치마크)엔 코스닥 지수 5%를 포함하기로 했다. 현재 벤치마크에 코스피만 반영 중이다. 100점 만점인 기금평가에서 벤처투자 등 혁신성장 투자가 포함된 가점 항목 배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연기금을 통한 환율 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환 헤지(환율 영향 차단) 등 환율 변화에 따른 자산가치 변동 위험에 대한 평가항목을 신설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할 때 국민연금의 환 헤지를 환율 방어 수단으로 사용했다.
기금의 투자 다변화를 평가하는 조항에서 ‘해외투자’도 삭제한다. 해외투자를 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연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2009년 7.7%에서 2024년 43.6%로 오르는 등 이미 해외투자가 성숙했다는 이유다. 달러 수요를 늘려 환율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연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에 제동을 거는 조치로 풀이된다.
(중략)
코스닥을 띄우기 위한 정부의 이 같은 ‘연기금 동원령’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변동성이 큰 코스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경우 연기금의 안정성이 전해될 수 있어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코스닥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떨어지고 변동성도 높은데 연기금들을 지금 시점에서 투자하게 제도를 바꾸는 건 인위적 부양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코스닥 투자 확대 가능성에 대해 “높은 변동성에 대한 위기 관리 측면에서 그렇지만(코스닥에 적게 투자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경우도 있어 딜레마”라고 말했다.
환율과 관련한 평가항목 신설과 관련해서도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투자할 때는 환 오픈(환율 변동에 노출)을 하는 게 기본적인 구조”라며 “환 헤지 여부에 따라 가점을 준다는 것은 정부의 (외환 관리) 정책 필요성으로 인한 제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