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대한민국의 품격은? [이근면의 품격 몽상] (2026.02.02.)

(연금연구회 이근면 상임고문님의 칼럼입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진입했다. 반도체·조선·배터리·방산에 이르기까지 핵심 산업은 글로벌 최상위권 경쟁력을 확보했다.

정치적으로도 군사 독재를 끝내고, 여러 차례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탄핵까지 제도 안에서 해결해 왔다. 숫자와 이력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분명 성공한 국가다.

그런데 이상하다.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불안한 선진국’, ‘시끄러운 민주주의’, ‘예측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우리는 분명 잘살게 됐는데, 왜 존중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느냐를 가르는 구조적 질문이다.

(중략)

이렇게 권한은 커졌지만 책임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지금 대한민국은 ‘권력은 있는 나라’지만 ‘책임지는 국가’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문제는 이 구조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정치가 합의하지 못하면 예산은 늦어지고, 정책은 표류하며, 기업은 투자를 미룬다. 행정이 결단하지 않으면 민원은 쌓이고, 사회 갈등은 법정으로 직행한다.

사법이 정치의 최종 심판자가 될수록 국정은 언제든 멈출 수 있는 잠재적 위기 상태에 놓인다.

이 모든 비용은 결국 국민의 시간과 기회, 그리고 신뢰의 상실로 귀결된다.

(중략)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가”만을 물어서는 안 된다.

대신 “이 성취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다음 세대에 어떤 나라를 넘겨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품격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치의 언어, 행정의 판단, 시장의 질서, 시민의 태도가 매일 같이 쌓여 형성되는 국가의 습관이다.

이 글은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정치의 품격, 행정의 품격, 시장과 노동의 품격, 교육·복지·주거의 품격, 그리고 시민의 품격까지.

대한민국이 ‘잘사는 나라’를 넘어 ‘존중받는 나라’로 가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8747032?lfrom=kakao